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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초과학계에서 연구하고 있는 한 사람이 질문해 왔다.
질문: “이재명정부가 추구하는 과학기술정책은 무엇일까요. AI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과 과기정통부 장관 내정자를 모두 AI 전문가로 뽑았는데 기초과학계가 또다시 홀대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어떻게 보세요?”
답: “현재 시스템만 보자면 과학기술 국민주택기금취급은행 정보통신부는 이제 ‘인공지능부’로 부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합니다. 대통령 선거 이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다만 앞으로 연구개발과 기초과학을 총괄하는 1차관 임명도 있고 또 윤석열정부의 그 삭막했던 사태(R&D 삭감)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지금은 지켜보잔 말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전세담보대출한도 이재명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인공지능(AI)이란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관련 인사만 보자면 그렇단 소리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포털 독점업체인 네이버 관계자를 앉히더니 급기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LG의 AI연구원장을 내정했다.
부처 이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데 대통령실과 장관 내정자만 보면 ‘인공지능부’로 불러야 할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 1호로 ‘AI 3대 강국’을 내세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수석과 관련 부처 장관을 AI 전문가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기초과학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윤석열정권은 2024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14% 가까이 대폭 삭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금계산계곡 제 막 연구 현장에 나서야 했던 신진 연구자들은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 아직도 그들은 길을 잃고 떠돌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5일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왼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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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기초과학계는 ‘초토화’됐다. 과제도 줄고, 지원도 사라졌다. 윤석열정권이 저지른 이 불행한 상황이 고스란히 이재명정부로 넘어왔다. ‘똥’은 누가 싸고 치우는 일은 다른 이가 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성장과 진흥’을 앞세우는 AI 전문가를 앉히면서 기초과학계가 또다시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과학은 ‘성장과 진흥’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지금 연구 결과(논문)가 나오더라도 결과(상용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이 걸린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는 늘 ‘5년의 족쇄’에 자신을 가둬버린다. 이렇다 보니 ‘10년 대계 기초과학’ ‘100년 대계 교육’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기초과학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정부의 투자가 절대 필요한 분야이다. 기초과학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신약, 우주, 국방, AI 등과 만나면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기초과학 없이는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런 기초과학에 ‘5년의 족쇄’가 현재의 문제를 넘겨버리는 핑곗거리, 지금 당장 필요치 않으니 후순위로 밀리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R&D 정책 수립과 기획 평가에 현장 연구자 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관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반영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 공약이 실천될 것으로 본다.
연극과 영화를 비교할 때 우리는 이런 느낌을 받곤 한다. 연극을 일회적이고 소규모이고 인간적이고 관객과 가까운 반면 영화는 다회적이고 대규모적이고 화려한데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것 말이다.
기초과학은 연극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잘 나간다’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극 무대에서 몇십년 동안 자신을 갈고닦은 이들이다. 연극이란 ‘소규모적이고 인간적’ 무대가 없었다면 그들은 ‘대규모적이고 화려한’ 무대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기초과학은 스스로 빛을 발하기보다는 이를 응용해 인간에게 이로운 상품이 될 때, 그때 빛을 발한다. 그때 빛을 내고 기초과학은 슬그머니 자신의 존재를 묻어버린다. 철저히 ‘촉매’의 역할에 충실한 존재이다.
AI 전문가가 부처 수장이 됐다고, 대통령실 관련 수석에 AI 전문가를 임명했다고 해서 기초과학을 홀대할 것이란 비판은 섣부른 지적일 수 있다. 지나친 선입견이자 우려를 위한 우려일 수도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내정자도 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면서 “AI 전문가이기 이전에 저도 과학기술인”이라며 “그동안 AI를 활용해서 기초과학 분야와 연계, 성과를 내는 노력을 많이 해 왔다”라고 전했다. 많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과학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AI 수석과 과기정통부 장관 내정자가 모두 AI 전문가이자 민간 기업 출신들이라 기초과학계에서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기초과학이라고 AI와 무관하지 않으니 잘 조율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데, 무엇보다 침체해 있는 지금의 기초과학계를 정상화만 시켜줘도 큰 역할을 해 낼 것”이라고 주문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방법은 하나뿐이다. AI 장관과 AI 수석이란 ‘한계 타이틀’에서 스스로 기초과학도 무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면 연구개발과 기초과학을 총괄하는 과기정통부 1차관을 잘 뽑아야 한다.
1차관은 실무경험뿐 아니라 윤석열정부의 R&D 삭감 사태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조목조목 따졌던 인물을 찾아야 한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관료를 뽑아서는 안 된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기초과학계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빠른 시간에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장관은 조선에서는 판서(判書)라고 했다. 보고서(글)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차관은 참판(參判)이라 불렀다. 판단에 참여한다는 소리다. 어떻게 보면 실무와 절차는 참판이 맡고 그 보고서에 사인을 하든, 반려하는 정도가 판서의 몫이었던 셈이다.
AI라는 성장과 진흥에만 매몰되지 않는, ‘5년의 족쇄’에 스스로 가두지 않는, 우리나라의 장기적이고 튼튼한 기초과학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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