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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70)·황영숙(58)씨 부부는 매일 오전 8시 30분 하루를 시작한다. 손수레와 큰 짐받이가 달린 자전거를 나란히 끌고 인근 365시장·문화의거리 등 영주동 일대를 돌며 폐지와 신문, 책을 부지런히 모은다. 많이 모으는 날에는 하루 350~400kg이나 되는 폐지를 ‘구루마(리어카)’에 실어 인근 고물상까지 나른다.
러시앤캐시 무상담300 고물상까지 가는 길엔 고비가 있다. 50m가 넘는 가파른 오르막은 건장한 청년이 맨몸으로도 오르기 쉽지 않다. 이씨가 끌고 아내 황씨가 밀면서 겨우겨우 올라 고물상에 도착한다.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진다. 이 부부가 매일 일하는 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온종일 땀 흘려 손에 쥐는 돈은 2만원.
이렇게 모은 돈 자동차유지비가격 을 부부는 어디에 쓸까. 한 달 넘게 모은 돈이 100만원을 넘길 때마다 부부는 한 푼도 안 빼놓고 인근 주민센터와 장학회 등에 기부한다. 집 월세 20만원과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생계급여로만 해결한다. 이렇게 15년간 악착같이 모아 기부한 돈이 5000만원이 넘는다.
경찰청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59회 청룡봉사상’ 국민은행 직무소개 인(仁)상 수상자인 이대성·황영숙 부부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폐지를 모아 번 돈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민센터에 기부했고, 2018년부터는 영주시인재육성장학회를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기들은 최소한의 생활비로만 살고 있는데도 풀 베기 봉사, 연말 김장김치·빨랫비누 나눔 등 무엇 하나 마다하지 않았다.
성장과정및특이사항 부부는 몸이 성치 않다. 이씨는 3급 지체 장애인이다. 다섯 살 무렵 소아마비에 걸려 걷기가 불편하다. 2015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회복했지만 후유증 때문에 오른팔이 어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아내 황씨는 2급 지적 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집안 어른들의 중개로 만났다고 한다. 결혼한 지 3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로를 삼성카드 모집인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때 이씨는 자수성가한 ‘지주’(地主)였다. 몸이 불편했지만 청년 시절부터 배추, 고사리 등 각종 농산물을 팔거나 수퍼 직원으로 일하며 한 푼 두 푼 번 돈으로 땅을 사 모았다. 그렇게 영주와 이웃한 봉화 일대에 논밭 3500평을 사서 세를 줬다. 집도 두 채 있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동생의 빚보증을 섰다가 모든 재산을 날렸다. 빚은 6000만원이 넘었다. 40대 후반이 된 이씨는 빚을 갚느라 건설 현장 일용직 등을 전전했다. 그는 “20년간 일한 끝에 작년에야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형편에도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가장 어려웠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 덕에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부가 빚더미에 올랐을 때 아들이 막 중학생이 됐다. 전교 1~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 탓에 부부는 아들에게 공부를 더 시킬 엄두를 못 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영주 지역 장학 재단인 ‘항소장학문화재단’이었다.
이씨 아들은 재단 장학금을 받고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닌다. 이씨 부부도 이 재단을 통해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이씨는 “남의 도움으로 먹고살았고 자식까지 공부시켰는데, 우리도 나눌 수 있는 건 나눠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을 계속하지만 주위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다. 그는 “김장김치를 주위에 나눴는데 ‘이런 맛없는 걸 왜 주느냐’고 면박을 받은 적도 많다”며 “잠깐 기분이 나쁘다가도 주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결국은 나서게 되더라”고 했다. 주민 백성호(59)씨는 “사심 한 점 없이 남을 위하는 일하는 걸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운다”고 했다.
이씨는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주위와 나누며 살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에게 부부는 “날씨가 더운데 챙겨 마시라”며 냉장고에 남아 있던 음료수 다섯 캔을 한꺼번에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