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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떡 벌어졌다. 높이가 6m 넘는 ‘도자기의 언덕’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 언덕은 흙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900~1천년 전 고려 장인들이 빚은 청자와 백자 그릇의 무수한 파편들과 이 그릇을 구울 때 담는 토제 용기 갑발의 파편들이 수백년간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서리 335-1번지 일대의 고려시대 백자 가마터에 도자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서경문화유산연구원이 4년 전부터 재조사 발굴 작업을 벌여온 곳이다. 노출된 가마 구덩이 길이만 80m를 넘는데, 4대보험 가입확인서 양옆으로 굽다 버린 청자·백자 조각 더미가 거대한 언덕처럼 이어졌다. 그중 남쪽 더미는 최근 한가운데를 절개해 단면을 볼 수 있게 해놓았는데, 10~12세기 고려청자 초기의 햇무리굽 조각과 푸르스름한 백토로 만든 고려백자들이 4~5개 층위를 이루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세계 다른 가마에서도 보기 드문 이 스펙터클한 유적의 풍경을 많은 사람들이 전혀 여성임대아파트 모른다는 게 안타깝다”는 연구자들의 탄성과 탄식이 이어졌다.



경기도 용인 서리 고려백자 가마터 옆 ‘도자기의 언덕’. 지난달 11일 찍은 사진이다. 노형석 기자


국가사적인 용인 서리 고려백자 요지는 고려 초기의 주요 학자금전환대출 가마터다. 함박산 서쪽 능선 말단부 경사진 지형에 만든 오름가마인데, 가마 바닥과 벽체는 처음 벽돌로 쌓았다가 나중에는 진흙을 넣는 것으로 조성 방법이 독특하게 바뀐 것도 특징이다. 1930년대 한국 도자기의 미학을 처음 근대적인 방법론으로 연구해 세계에 알린 일본인 도자연구가 아사카와 노리타카가 자취를 찾아냈다. 1960년대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새마을금고연합회 고려시대 초기의 주요 가마터임을 고증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별다른 보호 조치 없이 방치됐던 가마터를 호암미술관이 1983~1988년 여러 차례 조사한 끝에 국내 최초의 벽돌가마가 설치된 뒤 진흙가마로 그 위에 축조된, 고려 도자사의 시발점에 해당하는 중요 유적임이 드러났다. 가마 내부는 너비가 1~1.2m이고, 반복적으로 사 직장인을위한대출 용한 가마의 총길이는 83m에 이른다. 불을 때는 아궁이도 27곳이나 확인됐다.



경기도 용인 서리 고려백자 가마터 재발굴 현장. 지난달 11일 찍은 사진이다. 노형석 기자


학계는 이 유적이 중국에서 자기 생산 기술이 들어온 고려 초 이후 약 150~200년간 운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초기에 청자와 백자를 비슷한 비율로 생산하다가 갈수록 백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데, 2023년 서경문화유산연구원이 가마 앞의 관리동 추정 건물터를 발견하면서 조선시대 제기를 능가하는 만듦새의 백자 제기 완형과 파편 30여점을 발굴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 왕실과 관청의 용도로 도자기를 생산했을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백자의 제작·보관·관리를 위한 다수의 건물터와 보, 궤 등의 제기가 집중 출토되면서 고려 초 중국 월주요 가마에서 백자 제작 기술이 들어와 고려 전기 도자기 제작사에서 백자가 청자 못지않게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거대한 언덕 모양의 자기 퇴적층에서 시기별 자기의 변화상을 단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해도 배천 원산리, 전남 강진의 자기소 유적과 더불어 초기 고려 도자기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으로 손꼽힌다.



고려백자 제기인 ‘궤’. 기장을 담는 그릇으로, 2022년 이곳 가마터 외곽에서 발견됐다. 노형석 기자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도 많다. 길이가 거의 100m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가마를 단번에 땠는지, 아니면 구간별로 나눠 때면서 도자기를 구웠는지가 첫번째 의문이다. 가마 운영 주체가 국가였는지, 지방 호족세력이었는지, 국가 운영 관요가 명확한 전남 강진 가마와는 어떤 관계였는지도 안개에 싸여 있다. 한국중세고고학회와 도자사 연구자들이 이날 현장 답사를 통해 최근의 발굴 성과를 살펴보고 바로 용인시청 근처 관광센터로 이동해 서리 유적 확장 발굴의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연 것은, 이런 맥락의 의문을 풀고 유적 재조명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적의 발굴 영역을 인근 함박산 주변으로 확장하지 않는 한 가마터 운영과 유통 경로를 풀기 위한 새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고, 보기 드물게 거대한 가마터와 퇴적층 절개면 등을 시민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파격적인 복원 재활용 계획이 정립되지 않는 한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게 학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었다. 이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것이 유적 재조명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