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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무대는 늘 거리였다. 관객은 시위 참석자였다. 하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즐겨듣는 ‘리스너’를 만족시키기 위한 뮤지션으로서의 갈증은 그에게 늘 숙제로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민중가요’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산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거리의 가수’ 손병휘가 지난 19일 9집 앨범 ‘언젠가 우리는’을 내고 거리의 투사가 아닌 음악인으로 돌아왔다. 2020년 8집 ‘아르(R)!’ 이후 4년 만이다. 12·3 내란사태 뒤 맞는 어수선한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7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 충무로 서울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예총 사무실 앞 카페에서 손병휘를 만났다.
“윤석열 같은 무도한 인간에 너무 매몰돼서 진보 스스로 품격이 떨어진 측면이 있어요. 태극기 부대와 동급이 돼선 안 되죠.”
카페 의자에 앉자마자 그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상대를 무조건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는 게 정신승리일 수는 있지만 확장력은 없다”고 서민대출상품 지적했다. 이번 앨범을 구상하게 된 것도 ‘진보의 품격’을 고민하면서부터다. 미셸 오바마가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일갈했던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격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연설이 단초였다. 연설문 문장과 같은 세번째 트랙 ‘웬 데이 고 로 법인사업자신용대출 , 위 고 하이’ 작사∙작곡을 시작으로 총 11곡이 담긴 앨범의 준비를 시작했다.



손병휘 9집 ‘언젠가 우리는’ 표지. 손병휘 제공


첫번재 트랙 ‘무정규 호출직 노동자’부터 따끔한 일침이 나온다. “나는 호출직 노동 LTI 시스템 자/ 언제나 깨어있는 내 스마트폰/ 나는 호출직 노동자/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사수라네~” 이는 민중가수로서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표현한 자서전 같은 노래다. 손병휘는 “민중가수들에게 상처가 많다. 카톡으로 불쑥 메시지를 보내 언제 날이 비어있으니 와달라는 통보식 섭외가 지금도 많다. 내 얘기긴 하지만, 요즘 사회 문제인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기 얘기라며 좋 kt 남은 할부금 아하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두번째 트랙 ‘성공한 혁명가’에선 “지금 누구보다 뜨거운 그대는 금배지라서/ 지금 누구보다 찬란한 그대는 정치가라서” 같은 가사를 통해 진보의 가치를 잃고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을 꼬집는다. 그는 “우리 세대들이 전두환∙노태우 같은 권위적이고 ‘무대포’ 같은 독재자들하고 싸우면서 함께 무례해진 측면이 있다”며 “진보도 품격있고, 장기적인 플랜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지구의 기후위기를 다룬 ‘기후 위기 시계’라는 곡을 넣은 이유기도 하다.
내란사태를 접한 심경도 말했다. 특히 케이(K)팝을 앞세운 거리의 응원봉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20~30대 여성이 이번 탄핵 집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요. 하지만 집회 참석이 저조했다고 해서 젊은 남성들을 비하할 필요는 없어요. 국회 진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사실상 태업을 했던 젊은 군인들도 평가를 받아야지요. 전 단군 이래로 지금처럼 뛰어난 젊은이들이 없다고 봅니다.”



9집 앨범 ‘언젠가 우리는’을 내고 거리의 투사가 아닌 음악인으로 돌아온 가수 손병휘. 이열 작가 제공


이런 뛰어난 젊은이들도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는 게 앨범 제작의 목표기도 했다. 믹싱, 마스터링 후작업에도 예산을 들여 완성도를 높였다. 그의 말대로 포크록 사운드의 정갈하면서 대중적인 노래로 가득 찬 이번 앨범은 민중가요라는 설명이 없으면 여느 포크 앨범과 다르지 않다.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음악 자체로 들어달라”고 그는 당부했다.
손병휘는 1월18일 대구 ‘나발’, 2월14일 순천 ‘좋은 공간’에서 새 앨범 쇼케이스를 연다. 일본 투어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고향인 ‘거리’가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뜰에서 ‘런치타임 버스킹’을 계속한다.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조동진, 해바라기 같은 익히 알려진 노래 위주로 선곡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는 거죠. 어떤 노래를 부르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음악을 하느냐, 민중가수에게 노래는 결국 태도의 문제입니다. 내란사태로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해 노래로 어루만지는 게 우리 일이에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서 기타를 드는 거죠.” ‘무정규 호출직 노동자’ 손병휘가 말하는 ‘민중가수론’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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